본문 바로가기

게임 이야기

한국 게임 업계 불황 이야기 - 굴러간 스노우볼

요즘 한국 게임업계가 불황이라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옵니다. 저 또한 전에 게임회사에서 일하기도 했고 여전히 게임업계를 생각해 볼 정도로 게임업계에 관심이 많은데요.

제가 봤을 때 현재 한국 게임업계의 불황은 지금까지 스노우볼을 굴리다 이제 그 스노우볼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게임업계 불황은 많이들 예상했다

 

양산형 모바일 게임
양산형 모바일 게임. 어떤 게임을 켜든 다 똑같은 스토리, 외관.

 

제가 한창 게임회사를 다니기 위해 취업을 준비할 때 이미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한창 중국산 게임이 한국, 일본 게임을 따라오고 있었고, 또 중국 회사에서 한국인재들을 많이 데려가기도 했죠. 실제로 제가 취업에 성공하여 다니던 회사에서도 알고 지내던 실력 있는 한 분이 나중에 중국계 회사로 고연봉을 제안받아 갔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는 아직 중국산 게임이 지금처럼 치고 나오지 않았을 때였죠. 그리고 그 이후 불과 몇 년 만에 중국에게 따라 잡혀버리고 말았죠.

국내 게임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쌓이고 쌓여있었습니다. 저는 그래픽 직군이었는데 그래픽 직군도 이미 레드오션이어서 중견급 이상엔 이미 지원자가 가득했고 특히 캐릭터 일러스트 분야에는 사람이 심각하게 몰려있었습니다. 때문에 회사에선 사람을 함부로 굴리곤 했죠. 회사 내에서 "6개월만 쓰고 별로면 버리면 그만이야."라는 이야기를 대놓고 할 정도로 말이죠. 

그러는 동안 저 멀리 중국에서는 게임개발력을 빠르게 키워나가고 있었지만, 한국게임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어요. 무조건 돈만 뽑아내는 양산형 게임. 우리는 그걸 보통 양산형 중국산 가챠게임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근데 지금은 어떤가요? 

한국이 더 가챠게임에 눈 돌아가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뭐만 하면 게임 켜자마자 캐시샾에서 사라고 팝업창 우수수수 뜨잖아요. 게임을 체험하기도 전에. 게임은 이상하게 만들어놓고 캐시 소비만 종용합니다. 반면 중국은 이제 개발력이 한참 한국을 뛰어넘어 이젠 가챠게임뿐만이 아닌 점차 다양한 장르에 눈독을 들이고 있죠. 게다가 이미 카툰렌더풍의 게임은 중국을 넘어설 수 없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원신 이미지 미호요
중국 미호요에서 만든 원신

맨날 캐시샵부터 뜨는 국산게임

게임이 재밌다는 걸 먼저 알린 다음 구매를 유도하면 몰라요. 정말 게임이 재밌고 내 돈을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면 몇 번의 가챠를 시도해 볼 수도 있겠죠. 아니면 아바타를 구매한다던가 하는 데엔 충분히 돈을 쓸 수 있겠죠. 하지만 국산게임은 게임 진행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아이템들을 캐시샾에서 주구장창 팔아대는데, 사람들이 안 질릴 턱이 있나요.

 

게다가 스토리는 하나같이 디아블로와 비슷한 라인을 따라갑니다. 대악마가 뭐 어쩌고 해서 망하게 생겼는데 영웅이 필요하다 직업을 선택하면 전사 법사 아쳐 도적 성기사 사제 뭐 이런 것들이 즐비합니다. 영웅님 도와주셔요. 근데 마을 가면 가슴 까고 돌아다니는 영웅님 몇 백 명 우글우글... 그렇게 해서 재밌으면 또 몰라요. 그냥 자동사냥 자동사냥 자동이동... 뭐 하러 게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전 게임업계 종사자로서 정신 차렸으면 하는 마음...

 

아무튼 그렇게 돈이 안 벌리게 되면 자연히 국내회사들에서 불황이 시작되고, 프로젝트를 드롭하면서 인원을 감축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게임업계를 지망하던 애먼 사람들은 한번 더 좌절의 맛을 볼 수밖에 없겠죠. 안 그래도 취업 어려운데 더 어려워져 버리니까요. 게다가 아마 나중에 가면 신입은 절대 뽑지 않고 검증된 실력을 가진 사람만 취업을 하게 될지도 모르지요. 놀고 있는 경력자들이 이미 차고 넘치니까요.

 

이런 비슷한 문제는 해외 게임사에도 현재 진행형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근데 가만히 보면 사람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는 회사들인 경우가 꽤 있더군요. 유비소프트도 1월에 몇몇 프로젝트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EA 역시 마찬가지고요. 

특히 이런 곳들은 많이들 알고 계시겠지만 양복쟁이들이 이끌어가는 회사이기 때문에 더 할 것 같아요. 실무진이 아무리 좋은 게임을 만들려고 시도하고 제안해도 양복쟁이들이 '그래서 그거 돈 됨?'이라고 물었을 때 아무 말 못 하면 까이니까요. 그렇게 돈돈돈 쫒다 보니 어라? 오히려 말아먹고 있네? 돈이 안되잖아? 가 되어버린 격이죠.

 

게임을 게임답게 재밌게 만들면 초반엔 돈이 좀 안된다 싶더라도 입소문을 타고 성장하기 마련입니다. 그걸 기반으로 단단한 팬층이 형성되고, 작품이 재미있었다면 소문을 통해 차기작은 엄청난 기대에 힘입어 매출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거죠. 물론 차기작도 잘 만든다는 전제 하에 말이에요. 과대광고나 때리던 사펑처럼 되면 절대 안 되겠죠.

그나마 요즘 들어 뒤늦게나마 패키지게임도 만들어 나가고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처럼 보여요. 하지만 패키지게임이라고 해서 바로 장사가 잘되는 것도 아니지요. 웰메이드 게임을 내놓아야 하며 또 차기작을 기대할 수 있을 게임을 내놓아야 합니다. 아직은 실험작들만 내놓는 분위기지만 말이에요. 정말 게임회사들은 이제 게임회사답게 도박프로그램이 아닌 게임을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